iPhone

아이폰 사용후기 #1. UI와 멀티미디어

벨라고스 2009. 12. 19. 02:44



아이폰을 손에 쥔 지 18일이 지났다.

여태까지 뭔가 신제품을 사용해본 후기를 써본 적은 없었는데 아이폰은 지난 십수 년 전부터 "앞으로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많은 기업가와 개인들이 예견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인지 나는 대략 흥분 상태였고 지금도 그렇다.

SKT 유저였던 나는 사실 그전엔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써본 적이 없다.
기술발전엔 둔감한 대신에 시각적 UI에는 왠지 민감해서 싸이월드도 안하는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닥치고 '네이트'라는 후진 인터페이스를 접해야 하는게 무엇보다 싫었고 느린 반응속도와 터무니없이 비싼 데이터요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꾸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네이트 버튼'을 잠궈두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이폰 사용후기라기보다는 wif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뒤늦게 사용해본 덜떨어진 자의 소감문이 되겠다.

다양한 스마트폰들 중에서도 아이폰이 가진 장점은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입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뛰어난 터치감, 빠른 반응속도로 압축된다고들 한다.
이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얼리어답터들이 분석한 글들이 많이 있으니 나는 '디지털 세대의 발끝을 따라가기에도 바쁜' 평범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아이폰의 어플들이 생활속에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서 경험담을 써볼까 한다.

우선, 내가 가지고 다니던 휴대기기들은 휴대폰(SCH-w270 일명 고아라폰. 3G폰이어서 영상통화가 지원되지만 무시무시한 통화요금때문에 걸려오는 영상전화만 딱 두 번 받아봤다. 19개월동안 딱 두 번이다.) 그리고 아이팟나노, 닌텐도DS, 거기에 맥북도 가끔 들고다녔다. (겁나게 무겁다. 정말이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사진을 편집하거나 인터넷을 쓰려면 어쩔 수 없다.)

아이폰을 손에 쥔 후로는 딱 하나다. 아이폰과 USB케이블.


# 유저 인터페이스

언급할 필요도 없이 깔끔하고 편리하다. 매뉴얼도 필요 없다. 100% 직관에 의존해서 쓰면 되고
여러가지 설정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다. 이보다 훨씬 덜떨어진 기능을 가졌던 기존의 휴대폰도 가끔은 '아.. 수신거부 목록은 어디서 찾더라' 하면서 한참 뒤적뒤적 거리곤 했던 걸 생각하면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는 놀라울 정도로 편리하다. 나는 기기를 받자마자 Jailbreak를 했기 때문에 바탕화면 테마 외에도 기본 인터페이스까지 입맛대로 다 바꿀 수 있었다.




↑ 기본 테마에 categorizer로 폴더만 몇 개 만들어둔 상태 




↑ 내 아이폰 케이스 컬러에 맞게 바탕화면 테마와 배터리 아이콘 색깔을 바꾼 것 외에도 
   SHOW글자 대신 내 이름을 써넣고 SFTP로 아이폰에 접속하여 
   몇 가지 아이콘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었다.
   사파리 아이콘 대신 내게 더 익숙한 파이어폭스 아이콘을 넣었다.
 


키패드도 유치뽕짝 핑크색으로 바꿔주었다.



# 멀티미디어


아이폰에 대략 1200곡의 mp3와 좋아하는 미드 두 가지를 집어넣었다. mp3는 아이튠즈로 바로 넣는 게 가능하지만 동영상은 다른 휴대기기와 마찬가지로 인코딩을 해서 넣어야 한다. 다음팟인코더 하나면 충분하다. 그런데 인코딩은 오래걸린다. 겁나게 오래 걸린다. 총 100편쯤 되는 미드를 한꺼번에 인코딩하기 위해 밤새 PC를 켜두어야 했다.




하지만 YouTube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MxTube라는 어플을 이용하면 YouTube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폰에 저장해놓고 아무때나 꺼내볼 수 있기 때문에 나처럼 미드를 시리즈별로 굳이 넣어가지고 다니고 볼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인코딩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수많은 동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도 가지고 다니면서 미드를 보는 일은 별로 없고 짬짬이  MxTube에서 다운받은 라이브콘서트 영상 같은 걸 더 많이 본다.





어느 고마운 분이 만들어서 배포해주신 Tag Guru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튠즈에서 곧바로 가사도 자동으로 입력된다. 아이폰의 장점 중 또 한 가지는 '아이튠즈' 하나만 깔면 다 해결된다는 점인데, 예전에 쓰던 애니콜에 저장되어있던 사진을 PC로 옮기기 위해선 각 모델에 맞는 USB드라이버와 '애니콜 PC매니저'라는, 참으로 엿같이 헤비하면서 연결도 잘 안되는 프로그램 때문에 번번히 짜증났던 걸 생각하면 ... 아...
물론 하나의 아이폰은 단 하나의 아이튠즈하고만 동기화된다는 점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음악과 동영상의 경우에 한하고, 아이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외장메모리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편리한 점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전화가 오면 이어폰에 달린 버튼을 눌러서 바로 전화통화를 하고 통화가 끝나면 음악이 바로 다시 재생된다는 점이다. 전에는 휴대폰에 mp3를 넣어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mp3를 지원하던 초창기 SKY단말기로 그런 헛짓을 해봤지만 몇 번 해보다보니 멜론도 쓰기싫고 억지로 dcf 변환해서 넣어야하는 삽질도 하기 싫어서 그냥 맘편히 아이팟을 가지고다녔음) 이어폰을 끼고있을땐 전화를 잘 받지 못했던 나에게는 이것도 작지만 큰 변화이다.

멀티미디어와 관련해서는 음악과 동영상을 단순히 즐기는 것 외에도 국내 모든 노래방 책이 수록되어있다는 [노래방] 어플리케이션이라든지, 마이크에 대고 노래제목을 말하거나 잘 모르는 노래의 한 소절을 흥얼거리면 노래 제목과 아티스트의 정보 등을 검색해주는 SoundHound 같은 기발한 어플리케이션도 있고 라디오를 모아서 청취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전세계 방송사의 실시간 인터넷방송을 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손으로 직접 코드를 잡고 기타를 치거나 마이크에 대고 오카리나를 불거나 터치스크린으로 피아노를 치는 어플도 있으니 단지 듣고 보고 즐기는 데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