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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2 신나는 야구빙고 4
  2. 2010.08.12 아그리콜라 트레이 제작기 Agricola component tray 5

신나는 야구빙고

올해는 야구장에 꽤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목동구장은 한 번 정도 가줘야 섭섭하지 않으므로...
혼자 SK-넥센전을 보러 갔었어요.
동네팀인 넥센을 열심히 응원해줬는데 뭐.. 너무 답답하게 지더라구요. ㅠ





1년중 가장 사람이 많은 어린이날 잠실3연전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남자친구와 함께 보러갔습니다.
올해는 유독 프로야구 관중이 많아진 것 같아요. 
주말은 늘 예년의 어린이날 3연전 느낌이고, 평일 저녁에 가도 예전의 주말만큼 관중이 많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어느 커뮤니티에 누군가 DC 야구갤러리의 빙고짤을 퍼온 걸 보고 폭소하다가..
남자친구가 야구장에서 빙고를 해보자고 제안하길래 같이 머리를 맞대고 판을 만들었어요.
하드보드지에 표를 그리고 투명 시트지를 붙여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ㅋㅋ

그리고 6월 4일 잠실 LG-SK전에 들고 갔는데.. 이게 중계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찍힌 걸로도 모자라.. SBS 데일리 베스트 피켓에 선정돼서
무려 적토마 이병규선수 싸인볼이랑 LG트윈스 뉴에라모자도 받았어요 ㅎㅎ

저는 두산팬이지만, 뼛속까지 LG팬인 남자친구 덕분(?)에 LG를 응원하러 갔으므로
LG가 이기는 경우의 수를 많이 적었는데

그날따라 SK의 좌완에이스 김광현에게 철저히 눌리는 바람에 25개 중에 3개밖에 못 맞췄다는.. ㅠㅠ

그런데 경기 후반에 '빅뱅 라면수비' 작렬하는 바람에 심술씨가 X표 그리는게 화면에 잡혀서
그 날 MBC ESPN 베이스볼투나잇야!에서는 오늘의 명장면 8위에 뽑히기까지..;;
좀 창피했지만 이것도 추억이려니.. 하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베투야에서 김민아 아나운서가 '글씨 연습은 좀 하셔야겠는데요!' 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은 심술씨는
다시 한 번 빙고원정대를 떠나자고 제안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바로 이틀 뒤인 6월 6일 현충일..
이번엔 저의 응원팀인 두산의 대전 원정경기를 보러 한밭운동장까지 먼 길을 떠났어요.
무지하게 더운 날씨에, 아이스박스 한가득 맥주를 담아가지고....
서울촌년인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전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한화팬들 정말 많이 오셨더라구요.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빙고를 제작중인 심술씨.
김민아 아나운서에게 또 까일까봐 그랬는지 진짜 정성들여 쓰더라구요. ㄷㄷ
제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심술씨는 남자 중에 드물게 글씨를 잘 쓰거든요.
심술씨의 빙고보드 중 '추루사'는 한화의 추승우 선수 주루사를 말하는 거고
가운데에 있는 '한화팬들 정현석 응원 중 성대결절'은 정현석 선수의 응원가가 너무 음역이 높고 빨라서 ㅋㅋㅋㅋ 웃자고 쓴 겁니다.




해질녘의 한밭구장.
이 날 두산 선발이 왈론드여서 경기 내용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가볍게 승리했어요.




그 덕분에.. 루즈했던 경기 후반 내내 중계진이 자꾸 빙고판을 언급하는 바람에
야갤러들에게 엄청 욕먹었습니다 ㅋㅋㅋㅋ
정작 저희는 방송에 나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누군가 인코딩한 경기 동영상을 받아봤어요.




심지어 심술씨가 저에게 아이스티를 먹여주는 장면까지 클로즈업 돼서 완전 민망했다는.. ;;;;
난 빙고보드 잡고 있느라 손이 모자랐을 뿐이고..
중계화면은 모두 야갤러들이 캡쳐한 거;;;




안전그물 때문에 방송화면엔 빙고보드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이 날은 두산이 승리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이 맞췄습니다.
야구장에서 나오는 길에 심술씨가 찍어둔 사진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산의 불펜투수 정재훈 선수의 팬인데 '정재훈 2사후 피안타'가 적중하는 바람에
안타맞은 후 빙고판에 X표 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고 말았..;;;;


날씨가 더워도 지치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지만 집에 오는 길은 정말 피곤했어요.
대전이 생각보다 멀더군요ㅠㅠ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라면과 김밥을 게눈감추듯 해치웠지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너무나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남자친구 덕분에 대전도 처음 가보고, 한화 홈구장도 처음 가보고, 방송도 타고..





어느 평일 저녁, 엘두전을 보려고 잠실로 달리는 길.
함께 좋아하는 공통관심사가 있어서 좋겠다고
모르는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것이 엘두커플 혹은 롯기커플일 경우, 얘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ㅋㅋ

요즘은 더워서 야구장 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두산-엘지가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에 시원한 바람 쐬며 야구를 볼 수 있겠지요.^^
사실은 뭐, 야구따위 못봐도 좋습니다.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신나니까요. 하하하ㅎ하하하하하ㅏ하ㅎ (악마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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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리콜라 트레이 제작기 Agricola component tray  (5) 2010.08.12

아그리콜라 트레이 제작기 Agricola component tray


이 포스트는 작년에 했던 가장 큰 삽질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할 리 없기에... 기념으로;;;;




어느날 2008년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인 Agricola가 정식 한글판으로 발매되었다.
뭐 당연히 나는 그런거 몰랐다.. 심술씨가 이거 사러가는 데 따라가기 전까지는..





컴포넌트도 엄청 다양하고 많다.


아그리콜라 룰을 익히려고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검색하러 다니던 어느날
다이브다이스에 올라온 선구자 킨님의 트레이 제작기를 본 게 화근이었다.. 


http://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opi&mode=view&n=3926&p=198&q=4006


'그동안 같이 즐기자고 이것저것 열심히 알려준 남자친구에게  작은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만들어볼까?
'

무식이 용감이라고,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 상상을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들어서 팔 생각은 없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킨님이 "두 번은 못할 노가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는데
이거 완성되던 날 밤, 나도 그 말을 백 번 쯤 되뇌였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쓸 목적이었다면 이런 짓 절대 안했을 거다.
작은 고마움의 표시가 아니라 생명의 은인이라도 이런 건 다시는 못 만들어준다.




아무튼.. 하드보드지 대신에 지물포 상가를 뒤져서 포맥스를 구입하고
록타이트부터 목공본드, 딱풀, 일반본드까지 문구점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접착제를 다 사왔다.
(내 손으로 뭘 만들어봤어야 알지... ㅠㅠ)
그리고 설계도를 따라 재단해서 밤마다 조금씩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포맥스는 록타이트로 붙이는 게 정석이라는 걸 겨우 깨닫게 되었을 뿐이고... ㅠㅠ




자잘한 컴포넌트가 들어가는 부분은 너무 깊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완충재를 잘라넣었다.




접착면의 내구도가 너무 약할까봐 포맥스를 조각칼로 조금 파냈다. -ㅅ-




드디어 트레이의 뼈대를 완성한 순간.
들떠서 사진까지 찍었지만 이 때는 몰랐다.
뼈대 만드는 게 그냥 커피라면, 마감재 바르는 건 티오피라는 것을..





킨님 말씀대로 머메이드지를 잘라서 일일이 본드로 붙였는데, 겉면만 대충 붙이고 집어치웠다.
그리곤 엄두가 나지 않아 몇 주 동안 그냥 방치해두었다가.. 어느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




머메이드지를 뼈대의 두께에 딱 맞게 접어지도록 칼등으로 그어서 각을 잡아준 후...




하나씩 하나씩 붙여서 결국 이렇게 완성했다.

카드를 넣는 부분은 킨님의 팁대로 맨 아랫단의 카드를 꺼내기 쉽도록 받침대를 넣었는데
학생 때 쓰던 얇은 파일 홀더를 잘라서 만들었다.




마감재를 하루에 몇 조각씩 붙여나가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욕망을 108번 정도 참았다.

이 작업 중간에 심술씨하고 심각하게 다투고 연락 안한 적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나는 방구석에 던져둔 미완의 트레이를 쳐다보며
'여기까지 왔는데 저건 완성해서 건네주고 헤어져야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농담같지만 진짜 그랬다;;;



완성된 트레이는 아그리콜라 상자에 딱 맞게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컴포넌트를 정리해서 넣어봤다. 뿌듯함이 밀려오는 순간 ㅠㅠ




트레이를 만들고 나니 게임 스피드도 빨라지고 좋은데
정작 멤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몇 번밖에 못 돌려봤다. ㅠㅠ

이 게임은 귀여운 게임판과 컴포넌트들에 비해 상당히 심각하게 전개되며, 서로 자원을 가로채는 눈치싸움과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돌아오는 수확기에 식솔들을 굶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뒤섞여, 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어들의 웃음과 대화는 사라지고 한숨과 눈물만이 교차한다. 확장덱의 경우 랜덤하게 분배되는 카드운에 따라서 농부의 운명이 심하게 좌지우지되어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재료 : 포맥스 100x100cm 한 장, 머메이드지(2절지) 한 장, 본드 두 통, 순간접착제
(포맥스는 지물포에서 구할 수 있으나 하드보드지 추천. 머메이드지는 화방에서 판매)
제작기간 : 제대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만들면 5일 안에 완성할듯.
배우자나 연인, 친구에게 선물할 요량이라면 제작 기간 중 정말 사이좋게 지내기를 적극 추천.



P.S. 1
이거 몇 달만에 완성했더니 다이브다이스 쇼핑몰에 아그리콜라용 플라스틱 트레이가 입고되었을 뿐이고..




P.S. 2
보드게임에 너무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닌가? 이런식으로 히키코모리가 되는걸까? 약간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인터넷의 바다에서 엄청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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