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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8 [영드] BBC의 셜록 (Sherlock)

[영드] BBC의 셜록 (Sher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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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

 아마도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인 Sir 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현대물로 각색한 TV 시리즈물인데 이미 빅토리아 시대의 문학작품을 TV시리즈로 만들어온 Steven Moffat과 Mark Gatiss 두 사람이 각본을 쓰고 Hartswood Films에서 제작했다. 심술씨의 추천으로 며칠 전에 1~3편을 보았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캐스팅과 연출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원작은 1890년대에 씌여졌고 더구나 장르가 범죄-추리물이기 때문에 현대물로 각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초딩부터 50대 가정주부들까지 CSI에 익숙해진 요즘의 대중들은 '셔츠에 묻은 혈액 DNA만 분석해도 단번에 잡을 수 있을 거 아냐?' 라는 정도의 추측이 가능하다. 아예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제작한다면 기존의 두터운 팬 층에 의해 당연히 인기를 끌겠지만 현대물이라니..? 개인간의 통신은 전보가 아닌 GPS가 장착된 핸드폰으로 이루어지며 어디에나 CCTV가 있고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수사가 보편화된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이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형제간의 우애, 남녀간의 사랑, 효심, 신앙 따위의 주제는 얼마든지 현대에도 접목시킬 수 있지만 추리물이나 액션물의 경우는 시대가 지나면 그 핵심을 이루는 '도구'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에 긴장감을 잃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은 해낸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본 세 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또한 코난 도일의 시리즈가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던 비결은 사건을 해결하는 홈즈의 명민함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캐릭터"에 있었다는 걸 1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차갑고 영리하고 거만한 셜록 홈즈와, 상대적으로 인간미 넘치지만 그것이 짜증날 정도의 상냥함은 아닌 왓슨 박사의 조합은 아마도 영원히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냉소적인 홈즈는 현대에 와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고, 남자들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볼 때마다 게이 포르노를 상상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일부(대다수의) 욕구불만 시청자들을 위해 약간의 게이 개그도 첨가되었다.

Official Trailer






 셜록 홈즈 역의 Benedict Cumberbatch (처음 보는 배우인데 너무 재밌는 성을 가졌다. 1976년생 영국출신이고 자세한 정보는 http://www.imdb.com/name/nm1212722/ 요기서..)
 개인적으로 소설을 보고 상상했던 셜록 홈즈의 모습에 가장 부합한다. 예전에 그라다나TV에서 방영한 시리즈에 등장했던 포마드 기름을 바른 초로의 홈즈와 80년대 할리웃 영화 "Young Sherlock Homles"의 10대소년과 2009년 개봉한 셜록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so not Holmes였던 것에 반해 이번엔 원작에 거의 완벽하게 일치시킨듯. 키크고 마르고 창백하며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인상에다 흐릿한 회색 눈동자, 낮은 목소리톤까지..




 닥터 왓슨 역의 Martin Freeman.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러브액추얼리 등의 작품으로 친숙한 배우여서 매우 만족스럽다. 누가 뭐래도 원작의 화자는 왓슨이므로 생판 처음 보는 배우가 왓슨을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와닿는다고 해야할까.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퇴역 군의관인데,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역했다.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쟁놀음 하고있음? 한심한 잉여들.."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요즘 미국TV에서 온갖 종류의 수사물을 다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한 번에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걸 보면 문화적 유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 셜록홈즈,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영국 문학은 죽지 않았어, 라고 공영방송 BBC에서 다시 한 번 외치는 느낌이다.
 
 원래는 파일럿 형식으로 3편까지만 방영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미방영분을 포함한 DVD를 8월 말에 출시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TV시리즈로 더 방송할 거라고 한다.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터클은 없지만 오랜만에 괜찮은 시리즈물이 될 것 같다. 기왕 시작한 김에 원작만큼은 아니어도 여러 편을 제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 사이트

Sherlock 홈페이지 : http://www.bbc.co.uk/programmes/b00t4pgh
닥터 왓슨의 블로그 : http://www.johnwatsonblog.co.uk/
셜록 홈즈의 개인 홈페이지 : http://www.thescienceofdeduction.co.uk/
Sherlock 시리즈 팬사이트 : http://www.sherlock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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