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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3.21 음악적 취향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가? 2
  3. 2010.08.27 비가
  4. 2010.08.22 글러브
  5. 2010.08.21 잠실구장 왔어요
  6. 2009.12.26 Let it snow

2013. 01. 20.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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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취향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의 귀여운 2세가 태어나기 얼마 전에 우연히 접한 글인데, 재미있는 내용이라 대충 번역을 해봤다.

원문 : About a Boy and a (Temporarily) Secret Chord by JASON FRY
http://goodmenproject.com/arts/about-a-boy-and-a-temporarily-secret-chord/



 크리스마스 2주 전, 나의 아홉 살 짜리 아들은 MP3 플레이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조슈아는 가끔 코믹한 헤드뱅잉을 하거나 차에서 할머니에게 Radio Disney를 틀어달라고 하는 것 외에는 음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을 때면 그는 대부분, 들어본 적 없는 말이라는 핑계로 비속어를 골라서 따라했다.

 아이가 의도했든 아니든, 나로선 뿌리칠 수 없는 요청이었다. 대부분의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아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응석을 받아주는 쪽인데다가 MP3 플레이어는 내 아들의 음악 교육을 처음부터 제대로 잡아줄 기회로 보였으니까.

 내 경우엔 그냥 되는대로 음악 감상을 시작했었다. 우리 아버지는 주로 고전을 즐기셨는데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사이에 모은 음반들 위주였다. 내 생각에 아버지는 Jefferson Airplane(60년대 미국 싸이키델릭 락밴드)의 앨범 4와 1/2장을 보유한 것으로 보아 리드싱어 Grace Slick의 팬이었던 것 같다. 그 밖에 비틀즈의 중기 앨범 세 장이 있었고(내가 처음 좋아했던 노래는 "Ticket to Ride"였으니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캐롤 킹의 "Really Rosie", Maria Muldaur(1943년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출신의 여성 포크-블루스 가수)의 그저그런 앨범 한 장과 Roberta Flack(재즈, 소울, R&B, 포크 싱어송라이터), Donny Hathaway(소울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이 몇 장 있었다.

 열세 살 때, 어느날 나는 잔디를 깎아 벌은 돈으로 Kinks의 "Give the People What They Want" LP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그 땐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난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리고 점차 타고난 수집가로서 새로운 장르를 차례차례 발굴하며 강박적으로 수천 장의 음반을 마구 사들이게 되었다. 헤비메탈 취향에서 Spingsteen의 시민의식 락(공상적 포퓰리즘이라는 측면을 떠올리긴 괴롭지만)으로 이어졌고 브루스 자신이 밥딜런, 밴 모리슨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했던 컨트리, 초기의 락과 R&B로, 그 다음엔 힙합(공상적 사회의식이었을 뿐이라는 점을 떠올리긴 괴롭지만), 그 다음엔 이름 댈 수 있는 온갖 갈래와 미니 장르의 얼터락으로 이어졌다.

 좋든 싫든, 조슈아의 경우는 달랐다. 아내와 나는 금색 아이팟 셔플을 구입해서 내 매킨토시에 연결했다. 순결한 2기가바이트의 빈 공간을 바라보며 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생각해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 채 자리에 굳어버렸다.

 우선 누구나 좋아할만한 노래들이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팝과, 아들이 어깨 너머로 듣고 맘에 들어했던 몇 몇 곡들 말이다. 하지만 이 곡들을 넣으면서도 나는 아이가 무작위로 아무 음악이나 듣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소한 락음악의 역사를 훑고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나의 강박증은 이미 위에서 언급했다!)

 아내의 심의도 거쳐야 했다. "Fuck and Run"은 삭제됐고 Ice Cube의 전곡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이가 그 정도로 순진하진 않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다. (조슈아가 가장 처음 좋아했던 노래는 Ben Kweller의 "Wasted & Ready"였는데 소리나는 대로 노래를 배워서는 카시트에 앉은 채 "걔는 걸레인데 전남친은 걜 보고 섹시하대(she is a slut but X thinks it's sexy)" 하고 열심히 부르짖곤 했다.)

 내가 정말 염려했던 것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려면, 자연스러운 반항의 결과물로써 음악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해서 '이게 나다' 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제는 아버지들-특히 브룩클린족들-이 안락의자에 앉아 자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보다는 MP3로 음악을 듣고, 후드티를 입은 채 블로그를 탐색하며 사는 족속들이니 상황이 달라졌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 나는 "Big Balls"부터 "Fuck tha Police"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만한 곡들을 틀었고, 돌아보건대 아버지가 그 음악들을 금지해주길 바랐다. 당신은 "Add it up(Violent Femmes의 1983년 데뷔곡으로, 가사가 자극적임)"이나 "Pablo Picasso(프로토 펑크 그룹 The Modern Lovers의 1972년 곡)"를 아버지로 인해 알게 되었다면 진정으로 그 곡들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조슈아의 아이팟을 Yes, Billy Joel, Limp Bizkit으로 채워주고 자연스러운 반항이 일어나서 그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게 은근히 유도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인 건 아닐까? (난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Add it up"과 "Pablo Picasso"는 빼두었다.)

 팝음악의 60년 역사를 훑다 보면 2기가는 금방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더 멀리 탐험할 수 있는 갈래길을 표시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곡을 선별했다.
 
 우선 앨범이 아닌, 노래 단위로 골랐다. 나는 일련의 스토리텔링과도 같이 LP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보다 여러 아티스트의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자유롭게 건너다니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음반이라 할지라도 실망스런 곡들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소중한 메모리 용량을 왜 "Four Sticks(Led Zeppelin의 4집 수록곡)" 또는 "I.O.U" 같은 곡들로 낭비하는가?

 대충 계산을 해본 뒤, 난 몇 개의 장르는 아예 빼버렸다. 컨트리 음악은 아주 필수적인 것 몇 곡만  남겼고 기타를 메고 다니던 세대를 자극했던 초기의 블루스는 삭제했다 (솔직히 난 Robert Johnson을 즐겁게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직 넣어야 할 곡이 많았으니까.

내가 사무치게  사랑한 그룹들: R.E.M., the Replacements, Liz Phair, the Figgs. 
고르고 고른 락의 황제들: the Beatles, the Stones, Marvin Gaye.
사춘기의 분노와 노이즈에 대한 욕구를 자극할만한 것들: Van Halen, Led Zeppelin, Judas Priest.
위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나이 들어서 들을만한 것들: the Clash, the Jam, Nirvana.
짧고 굵게 활동한 밴드들: the Mood Swings, the Knack, Monie Love
기초 다지기용: "Bo Diddley," "Johnny B. Goode," "The Girl Can't Help It."
사랑노래들: "Talk of the Town," "Romeo and Juliet,"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실연에 대한 노래들: "Blue Spanish Sky," "Memphis," "Yesterday" (이 마지막 곡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겐 절대로 상투적인 선곡이 아니다)
조슈아가 휴가 때 들어본 노래 중에 좋아한다고 검증된 곡들: "Lights Out," "The Frug," "July 4, 2004"
아이가 들어본 적 없지만 나만큼 좋아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곡들: "Alex Chilton," "The Waiting," "Jesus Etc"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계는 새벽 3시 44분을 가리켰고 아이팟 셔플은 거의 꽉 차 있었으며 나는 "Sir Duke"와 "My Cherie Amour" 중 어느 곡을 선택할 것인지 고뇌하고 있었다. 반쯤 잠에 취한 아내가 화장실에 가다가 나에게 의문의 눈길을 던졌다. "음악"이라고 내가 중얼거리자 아내는 무슨 일인지 충분히 알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조슈아는 금빛 아이팟 셔플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고 곧장 조작법을 익힌다며 가져갔다. 한 시간 후, 아이는 이어 커널을 깊숙히 낀 채 헤드폰을 쓴 머리를 즐겁게 까딱거리며 주방에 나타났다(나는 볼륨이 너무 크다고 형식적인 주의를 주었다.)

 난 아들에게 무슨 곡을 듣고 있냐고 물었고 그는 당연히 제목을 몰랐으므로 헤드폰 한 쪽을 벗겨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1나노초만에 정답을 알아챘다. 그건 "Satisfaction"이었다.

 224초짜리 "Satisfaction"은 무한대를 담고 있다. 가망 없는 여자에 대한 미스테리한 멜로디. Mick과 Keith뿐 아니라 다른 모든  리드싱어와 기타리스트 사이의 어렵고도 본질적인 관계(Page와 Plant, Diamond Dave와 Eddie, Paul과 Bob, Chuck D와 Flavor Fav.) 저 둔탁하고 강렬한 리프는 Keith Richards의 꿈에 나타나서는 바로 잊혀지는 대신 운좋게도 싸구려 테이프 레코더에 녹음되었다. 이 한 곡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로큰롤의 길이 시작되었던가?

 바로 거기서 후회가 시작됐다.

 조슈아는 순수했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그는 "Satisfaction"이라든지 Rolling Stones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진짜'라고 여겨지는 음악과 '찍어낸'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California Gurls(Katy Perry의 곡명)"를 좋아한다는 것과 "September Gurls(Big Star의 1974년 Radio City 앨범 수록곡)"를 좋아한다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주었으니 곧 알게 될까? (벽 얘기가 나온 김에, 아들의 셔플에 "The Wall"은 넣지 않았다. 핑크 플로이드는 구리기 때문에.)

 조슈아에게 "Satisfaction"은 그저 강렬한 비트와 좋은 리프일 뿐이었다. 하지만 음악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가 그의 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Kinks LP를 산 지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다른 어떤 것들이 나를 사랑과 열망, 기쁨과 외로움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조슈아는 믹스테이프를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60초씩 끊어서 2700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45분짜리 카세트 테이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것이다. *45분을 초단위로 환산하면 2700초) 하지만 곧 그 아이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디지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게 될 것이다. 상대방이 그 음악들을 좋다고 느끼고 거기에 담긴 메시지와 테마와 암묵적인 고백을 알아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머지 않아 그 애는 파티에 가서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구석에 선 채, 자신과 음악적 취향이 맞는 사람이 있는지 열심히 관찰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좋아하는 곡의 가장 좋은 부분이 나올 때 친구가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순간적인 짜증을 떨쳐버리려고 애쓰게도 될 것이다. 또래들 사이에서 쿨하다고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밴드의 음악을 듣느라 시간을 허비하다가도 결국 혼자 남게 되면 쿨하진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될 것이다. 그가 겪는 순간 순간, 주변 사람들, 환희와 슬픈 감정들에 음악이 어떻게 얽혀들어가는지도 느끼게 될 것이다. 음악이 은밀한 십대의 비밀 언어가 되기도 하고 논쟁 거리가 되기도 했다가 결국엔 그저 단순하게 즐길 때 가장 즐거운,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물론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음악은 모든 것을 뒤바꿔버릴 엄청난 힘이 있으며, 그 순간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주방에서, 나는 아들을 성급하게 인도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붙잡아 멈추게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이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헤드폰을 다시 건네주었다. 그는 그걸 귀에 다시 꽂고는 몸으로 리듬을 타고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는 내가 "Satisfaction"에 대해 내린 평결을 듣지 못했을 것이고, 내가 순간적으로 느꼈던 즐거움과, 그 평결이 너무 허접해서 나 스스로 좌절했다는 점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거 좋은 곡이지."




P.S. 조슈아에게 골라줬던 곡들의 리스트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http://goodmenproject.com/arts/about-a-boy-and-a-temporarily-secret-cho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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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어제부터 좀 우울하고 기운이 없었는데
간만에 날씨도 좋으니
드라이브하구 맛난 것두 먹구
집에오는 길에 영화라도 보자며
심술씨가 불러주었다.

하지만 한강을 건너는 순간부터 먹구름이 심상치않더니
자유로 타는 순간 비가 오는 거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빗속 드라이브가 되었음..

지금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천장에 거세게 빗물 부딪치는 소리가 좋다.


고맙습니다 헤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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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조카하고 사촌동생 선물사러 갔다가 나도 선물받았다.

내 손에 딱 맞는 아동용 글러브 ㅋㅋ

날씨 선선해지면 한강에서 캐치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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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비가 오더니
저녁이 되자 거짓말처럼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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