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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적 취향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가?
- Real World
- 2012. 3. 21. 03:01
우리의 귀여운 2세가 태어나기 얼마 전에 우연히 접한 글인데, 재미있는 내용이라 대충 번역을 해봤다.
원문 : About a Boy and a (Temporarily) Secret Chord by JASON FRY
http://goodmenproject.com/arts/about-a-boy-and-a-temporarily-secret-chord/
크리스마스 2주 전, 나의 아홉 살 짜리 아들은 MP3 플레이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조슈아는 가끔 코믹한 헤드뱅잉을 하거나 차에서 할머니에게 Radio Disney를 틀어달라고 하는 것 외에는 음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을 때면 그는 대부분, 들어본 적 없는 말이라는 핑계로 비속어를 골라서 따라했다.
아이가 의도했든 아니든, 나로선 뿌리칠 수 없는 요청이었다. 대부분의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아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응석을 받아주는 쪽인데다가 MP3 플레이어는 내 아들의 음악 교육을 처음부터 제대로 잡아줄 기회로 보였으니까.
내 경우엔 그냥 되는대로 음악 감상을 시작했었다. 우리 아버지는 주로 고전을 즐기셨는데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사이에 모은 음반들 위주였다. 내 생각에 아버지는 Jefferson Airplane(60년대 미국 싸이키델릭 락밴드)의 앨범 4와 1/2장을 보유한 것으로 보아 리드싱어 Grace Slick의 팬이었던 것 같다. 그 밖에 비틀즈의 중기 앨범 세 장이 있었고(내가 처음 좋아했던 노래는 "Ticket to Ride"였으니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캐롤 킹의 "Really Rosie", Maria Muldaur(1943년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출신의 여성 포크-블루스 가수)의 그저그런 앨범 한 장과 Roberta Flack(재즈, 소울, R&B, 포크 싱어송라이터), Donny Hathaway(소울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이 몇 장 있었다.
열세 살 때, 어느날 나는 잔디를 깎아 벌은 돈으로 Kinks의 "Give the People What They Want" LP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그 땐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난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리고 점차 타고난 수집가로서 새로운 장르를 차례차례 발굴하며 강박적으로 수천 장의 음반을 마구 사들이게 되었다. 헤비메탈 취향에서 Spingsteen의 시민의식 락(공상적 포퓰리즘이라는 측면을 떠올리긴 괴롭지만)으로 이어졌고 브루스 자신이 밥딜런, 밴 모리슨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했던 컨트리, 초기의 락과 R&B로, 그 다음엔 힙합(공상적 사회의식이었을 뿐이라는 점을 떠올리긴 괴롭지만), 그 다음엔 이름 댈 수 있는 온갖 갈래와 미니 장르의 얼터락으로 이어졌다.
좋든 싫든, 조슈아의 경우는 달랐다. 아내와 나는 금색 아이팟 셔플을 구입해서 내 매킨토시에 연결했다. 순결한 2기가바이트의 빈 공간을 바라보며 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생각해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 채 자리에 굳어버렸다.
우선 누구나 좋아할만한 노래들이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팝과, 아들이 어깨 너머로 듣고 맘에 들어했던 몇 몇 곡들 말이다. 하지만 이 곡들을 넣으면서도 나는 아이가 무작위로 아무 음악이나 듣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소한 락음악의 역사를 훑고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나의 강박증은 이미 위에서 언급했다!)
아내의 심의도 거쳐야 했다. "Fuck and Run"은 삭제됐고 Ice Cube의 전곡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이가 그 정도로 순진하진 않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다. (조슈아가 가장 처음 좋아했던 노래는 Ben Kweller의 "Wasted & Ready"였는데 소리나는 대로 노래를 배워서는 카시트에 앉은 채 "걔는 걸레인데 전남친은 걜 보고 섹시하대(she is a slut but X thinks it's sexy)" 하고 열심히 부르짖곤 했다.)
내가 정말 염려했던 것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려면, 자연스러운 반항의 결과물로써 음악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해서 '이게 나다' 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제는 아버지들-특히 브룩클린족들-이 안락의자에 앉아 자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보다는 MP3로 음악을 듣고, 후드티를 입은 채 블로그를 탐색하며 사는 족속들이니 상황이 달라졌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 나는 "Big Balls"부터 "Fuck tha Police"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만한 곡들을 틀었고, 돌아보건대 아버지가 그 음악들을 금지해주길 바랐다. 당신은 "Add it up(Violent Femmes의 1983년 데뷔곡으로, 가사가 자극적임)"이나 "Pablo Picasso(프로토 펑크 그룹 The Modern Lovers의 1972년 곡)"를 아버지로 인해 알게 되었다면 진정으로 그 곡들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조슈아의 아이팟을 Yes, Billy Joel, Limp Bizkit으로 채워주고 자연스러운 반항이 일어나서 그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게 은근히 유도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인 건 아닐까? (난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Add it up"과 "Pablo Picasso"는 빼두었다.)
팝음악의 60년 역사를 훑다 보면 2기가는 금방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더 멀리 탐험할 수 있는 갈래길을 표시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곡을 선별했다.
우선 앨범이 아닌, 노래 단위로 골랐다. 나는 일련의 스토리텔링과도 같이 LP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보다 여러 아티스트의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자유롭게 건너다니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음반이라 할지라도 실망스런 곡들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소중한 메모리 용량을 왜 "Four Sticks(Led Zeppelin의 4집 수록곡)" 또는 "I.O.U" 같은 곡들로 낭비하는가?
대충 계산을 해본 뒤, 난 몇 개의 장르는 아예 빼버렸다. 컨트리 음악은 아주 필수적인 것 몇 곡만 남겼고 기타를 메고 다니던 세대를 자극했던 초기의 블루스는 삭제했다 (솔직히 난 Robert Johnson을 즐겁게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직 넣어야 할 곡이 많았으니까.
내가 사무치게 사랑한 그룹들: R.E.M., the Replacements, Liz Phair, the Figgs.
고르고 고른 락의 황제들: the Beatles, the Stones, Marvin Gaye.
사춘기의 분노와 노이즈에 대한 욕구를 자극할만한 것들: Van Halen, Led Zeppelin, Judas Priest.
위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나이 들어서 들을만한 것들: the Clash, the Jam, Nirvana.
짧고 굵게 활동한 밴드들: the Mood Swings, the Knack, Monie Love
기초 다지기용: "Bo Diddley," "Johnny B. Goode," "The Girl Can't Help It."
사랑노래들: "Talk of the Town," "Romeo and Juliet,"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실연에 대한 노래들: "Blue Spanish Sky," "Memphis," "Yesterday" (이 마지막 곡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겐 절대로 상투적인 선곡이 아니다)
조슈아가 휴가 때 들어본 노래 중에 좋아한다고 검증된 곡들: "Lights Out," "The Frug," "July 4, 2004"
아이가 들어본 적 없지만 나만큼 좋아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곡들: "Alex Chilton," "The Waiting," "Jesus Etc"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계는 새벽 3시 44분을 가리켰고 아이팟 셔플은 거의 꽉 차 있었으며 나는 "Sir Duke"와 "My Cherie Amour" 중 어느 곡을 선택할 것인지 고뇌하고 있었다. 반쯤 잠에 취한 아내가 화장실에 가다가 나에게 의문의 눈길을 던졌다. "음악"이라고 내가 중얼거리자 아내는 무슨 일인지 충분히 알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조슈아는 금빛 아이팟 셔플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고 곧장 조작법을 익힌다며 가져갔다. 한 시간 후, 아이는 이어 커널을 깊숙히 낀 채 헤드폰을 쓴 머리를 즐겁게 까딱거리며 주방에 나타났다(나는 볼륨이 너무 크다고 형식적인 주의를 주었다.)
난 아들에게 무슨 곡을 듣고 있냐고 물었고 그는 당연히 제목을 몰랐으므로 헤드폰 한 쪽을 벗겨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1나노초만에 정답을 알아챘다. 그건 "Satisfaction"이었다.
224초짜리 "Satisfaction"은 무한대를 담고 있다. 가망 없는 여자에 대한 미스테리한 멜로디. Mick과 Keith뿐 아니라 다른 모든 리드싱어와 기타리스트 사이의 어렵고도 본질적인 관계(Page와 Plant, Diamond Dave와 Eddie, Paul과 Bob, Chuck D와 Flavor Fav.) 저 둔탁하고 강렬한 리프는 Keith Richards의 꿈에 나타나서는 바로 잊혀지는 대신 운좋게도 싸구려 테이프 레코더에 녹음되었다. 이 한 곡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로큰롤의 길이 시작되었던가?
바로 거기서 후회가 시작됐다.
조슈아는 순수했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그는 "Satisfaction"이라든지 Rolling Stones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진짜'라고 여겨지는 음악과 '찍어낸'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California Gurls(Katy Perry의 곡명)"를 좋아한다는 것과 "September Gurls(Big Star의 1974년 Radio City 앨범 수록곡)"를 좋아한다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주었으니 곧 알게 될까? (벽 얘기가 나온 김에, 아들의 셔플에 "The Wall"은 넣지 않았다. 핑크 플로이드는 구리기 때문에.)
조슈아에게 "Satisfaction"은 그저 강렬한 비트와 좋은 리프일 뿐이었다. 하지만 음악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가 그의 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Kinks LP를 산 지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다른 어떤 것들이 나를 사랑과 열망, 기쁨과 외로움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조슈아는 믹스테이프를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60초씩 끊어서 2700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45분짜리 카세트 테이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것이다. *45분을 초단위로 환산하면 2700초) 하지만 곧 그 아이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디지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게 될 것이다. 상대방이 그 음악들을 좋다고 느끼고 거기에 담긴 메시지와 테마와 암묵적인 고백을 알아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머지 않아 그 애는 파티에 가서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구석에 선 채, 자신과 음악적 취향이 맞는 사람이 있는지 열심히 관찰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좋아하는 곡의 가장 좋은 부분이 나올 때 친구가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순간적인 짜증을 떨쳐버리려고 애쓰게도 될 것이다. 또래들 사이에서 쿨하다고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밴드의 음악을 듣느라 시간을 허비하다가도 결국 혼자 남게 되면 쿨하진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될 것이다. 그가 겪는 순간 순간, 주변 사람들, 환희와 슬픈 감정들에 음악이 어떻게 얽혀들어가는지도 느끼게 될 것이다. 음악이 은밀한 십대의 비밀 언어가 되기도 하고 논쟁 거리가 되기도 했다가 결국엔 그저 단순하게 즐길 때 가장 즐거운,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물론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음악은 모든 것을 뒤바꿔버릴 엄청난 힘이 있으며, 그 순간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주방에서, 나는 아들을 성급하게 인도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붙잡아 멈추게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이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헤드폰을 다시 건네주었다. 그는 그걸 귀에 다시 꽂고는 몸으로 리듬을 타고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는 내가 "Satisfaction"에 대해 내린 평결을 듣지 못했을 것이고, 내가 순간적으로 느꼈던 즐거움과, 그 평결이 너무 허접해서 나 스스로 좌절했다는 점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거 좋은 곡이지."
P.S. 조슈아에게 골라줬던 곡들의 리스트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http://goodmenproject.com/arts/about-a-boy-and-a-temporarily-secret-cho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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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8. 27. 15:38
간만에 날씨도 좋으니
드라이브하구 맛난 것두 먹구
집에오는 길에 영화라도 보자며
심술씨가 불러주었다.
하지만 한강을 건너는 순간부터 먹구름이 심상치않더니
자유로 타는 순간 비가 오는 거다..
지금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천장에 거세게 빗물 부딪치는 소리가 좋다.
고맙습니다 헤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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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8. 22. 22:56
조카하고 사촌동생 선물사러 갔다가 나도 선물받았다.
내 손에 딱 맞는 아동용 글러브 ㅋㅋ
날씨 선선해지면 한강에서 캐치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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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8. 21. 18:14
아아 날씨 진짜 덥고 좋네요
봉중근 vs 고원준 투수전 중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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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8. 18. 01:26
SHERLOCK.
아마도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인 Sir 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현대물로 각색한 TV 시리즈물인데 이미 빅토리아 시대의 문학작품을 TV시리즈로 만들어온 Steven Moffat과 Mark Gatiss 두 사람이 각본을 쓰고 Hartswood Films에서 제작했다. 심술씨의 추천으로 며칠 전에 1~3편을 보았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캐스팅과 연출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원작은 1890년대에 씌여졌고 더구나 장르가 범죄-추리물이기 때문에 현대물로 각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초딩부터 50대 가정주부들까지 CSI에 익숙해진 요즘의 대중들은 '셔츠에 묻은 혈액 DNA만 분석해도 단번에 잡을 수 있을 거 아냐?' 라는 정도의 추측이 가능하다. 아예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제작한다면 기존의 두터운 팬 층에 의해 당연히 인기를 끌겠지만 현대물이라니..? 개인간의 통신은 전보가 아닌 GPS가 장착된 핸드폰으로 이루어지며 어디에나 CCTV가 있고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수사가 보편화된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이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형제간의 우애, 남녀간의 사랑, 효심, 신앙 따위의 주제는 얼마든지 현대에도 접목시킬 수 있지만 추리물이나 액션물의 경우는 시대가 지나면 그 핵심을 이루는 '도구'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에 긴장감을 잃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은 해낸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본 세 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또한 코난 도일의 시리즈가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던 비결은 사건을 해결하는 홈즈의 명민함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캐릭터"에 있었다는 걸 1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차갑고 영리하고 거만한 셜록 홈즈와, 상대적으로 인간미 넘치지만 그것이 짜증날 정도의 상냥함은 아닌 왓슨 박사의 조합은 아마도 영원히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냉소적인 홈즈는 현대에 와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고, 남자들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볼 때마다 게이 포르노를 상상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일부(대다수의) 욕구불만 시청자들을 위해 약간의 게이 개그도 첨가되었다.
Official Trailer
셜록 홈즈 역의 Benedict Cumberbatch (처음 보는 배우인데 너무 재밌는 성을 가졌다. 1976년생 영국출신이고 자세한 정보는 http://www.imdb.com/name/nm1212722/ 요기서..)
개인적으로 소설을 보고 상상했던 셜록 홈즈의 모습에 가장 부합한다. 예전에 그라다나TV에서 방영한 시리즈에 등장했던 포마드 기름을 바른 초로의 홈즈와 80년대 할리웃 영화 "Young Sherlock Homles"의 10대소년과 2009년 개봉한 셜록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so not Holmes였던 것에 반해 이번엔 원작에 거의 완벽하게 일치시킨듯. 키크고 마르고 창백하며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인상에다 흐릿한 회색 눈동자, 낮은 목소리톤까지..
닥터 왓슨 역의 Martin Freeman.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러브액추얼리 등의 작품으로 친숙한 배우여서 매우 만족스럽다. 누가 뭐래도 원작의 화자는 왓슨이므로 생판 처음 보는 배우가 왓슨을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와닿는다고 해야할까.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퇴역 군의관인데,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역했다.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쟁놀음 하고있음? 한심한 잉여들.."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요즘 미국TV에서 온갖 종류의 수사물을 다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한 번에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걸 보면 문화적 유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 셜록홈즈,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영국 문학은 죽지 않았어, 라고 공영방송 BBC에서 다시 한 번 외치는 느낌이다.
원래는 파일럿 형식으로 3편까지만 방영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미방영분을 포함한 DVD를 8월 말에 출시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TV시리즈로 더 방송할 거라고 한다.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터클은 없지만 오랜만에 괜찮은 시리즈물이 될 것 같다. 기왕 시작한 김에 원작만큼은 아니어도 여러 편을 제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 사이트
Sherlock 홈페이지 : http://www.bbc.co.uk/programmes/b00t4pgh
닥터 왓슨의 블로그 : http://www.johnwatsonblog.co.uk/
셜록 홈즈의 개인 홈페이지 : http://www.thescienceofdeduction.co.uk/
Sherlock 시리즈 팬사이트 : http://www.sherlock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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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8. 12. 22:35
집에서 가까운 목동구장은 한 번 정도 가줘야 섭섭하지 않으므로...
혼자 SK-넥센전을 보러 갔었어요.
동네팀인 넥센을 열심히 응원해줬는데 뭐.. 너무 답답하게 지더라구요. ㅠ
1년중 가장 사람이 많은 어린이날 잠실3연전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남자친구와 함께 보러갔습니다.
올해는 유독 프로야구 관중이 많아진 것 같아요.
주말은 늘 예년의 어린이날 3연전 느낌이고, 평일 저녁에 가도 예전의 주말만큼 관중이 많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어느 커뮤니티에 누군가 DC 야구갤러리의 빙고짤을 퍼온 걸 보고 폭소하다가..
남자친구가 야구장에서 빙고를 해보자고 제안하길래 같이 머리를 맞대고 판을 만들었어요.
하드보드지에 표를 그리고 투명 시트지를 붙여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ㅋㅋ
그리고 6월 4일 잠실 LG-SK전에 들고 갔는데.. 이게 중계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찍힌 걸로도 모자라.. SBS 데일리 베스트 피켓에 선정돼서
무려 적토마 이병규선수 싸인볼이랑 LG트윈스 뉴에라모자도 받았어요 ㅎㅎ
저는 두산팬이지만, 뼛속까지 LG팬인 남자친구 덕분(?)에 LG를 응원하러 갔으므로
LG가 이기는 경우의 수를 많이 적었는데
그날따라 SK의 좌완에이스 김광현에게 철저히 눌리는 바람에 25개 중에 3개밖에 못 맞췄다는.. ㅠㅠ
그런데 경기 후반에 '빅뱅 라면수비' 작렬하는 바람에 심술씨가 X표 그리는게 화면에 잡혀서
그 날 MBC ESPN 베이스볼투나잇야!에서는 오늘의 명장면 8위에 뽑히기까지..;;
좀 창피했지만 이것도 추억이려니.. 하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베투야에서 김민아 아나운서가 '글씨 연습은 좀 하셔야겠는데요!' 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은 심술씨는 다시 한 번 빙고원정대를 떠나자고 제안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바로 이틀 뒤인 6월 6일 현충일..
이번엔 저의 응원팀인 두산의 대전 원정경기를 보러 한밭운동장까지 먼 길을 떠났어요.
무지하게 더운 날씨에, 아이스박스 한가득 맥주를 담아가지고....
서울촌년인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전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한화팬들 정말 많이 오셨더라구요.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빙고를 제작중인 심술씨.
김민아 아나운서에게 또 까일까봐 그랬는지 진짜 정성들여 쓰더라구요. ㄷㄷ
제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심술씨는 남자 중에 드물게 글씨를 잘 쓰거든요.
심술씨의 빙고보드 중 '추루사'는 한화의 추승우 선수 주루사를 말하는 거고
가운데에 있는 '한화팬들 정현석 응원 중 성대결절'은 정현석 선수의 응원가가 너무 음역이 높고 빨라서 ㅋㅋㅋㅋ 웃자고 쓴 겁니다.
해질녘의 한밭구장.
이 날 두산 선발이 왈론드여서 경기 내용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가볍게 승리했어요.
그 덕분에.. 루즈했던 경기 후반 내내 중계진이 자꾸 빙고판을 언급하는 바람에
야갤러들에게 엄청 욕먹었습니다 ㅋㅋㅋㅋ
정작 저희는 방송에 나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누군가 인코딩한 경기 동영상을 받아봤어요.
심지어 심술씨가 저에게 아이스티를 먹여주는 장면까지 클로즈업 돼서 완전 민망했다는.. ;;;;
난 빙고보드 잡고 있느라 손이 모자랐을 뿐이고..
중계화면은 모두 야갤러들이 캡쳐한 거;;;
안전그물 때문에 방송화면엔 빙고보드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이 날은 두산이 승리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이 맞췄습니다.
야구장에서 나오는 길에 심술씨가 찍어둔 사진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산의 불펜투수 정재훈 선수의 팬인데 '정재훈 2사후 피안타'가 적중하는 바람에
안타맞은 후 빙고판에 X표 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고 말았..;;;;
날씨가 더워도 지치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지만 집에 오는 길은 정말 피곤했어요.
대전이 생각보다 멀더군요ㅠㅠ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라면과 김밥을 게눈감추듯 해치웠지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너무나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남자친구 덕분에 대전도 처음 가보고, 한화 홈구장도 처음 가보고, 방송도 타고..
어느 평일 저녁, 엘두전을 보려고 잠실로 달리는 길.
함께 좋아하는 공통관심사가 있어서 좋겠다고
모르는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것이 엘두커플 혹은 롯기커플일 경우, 얘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ㅋㅋ
요즘은 더워서 야구장 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두산-엘지가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에 시원한 바람 쐬며 야구를 볼 수 있겠지요.^^
사실은 뭐, 야구따위 못봐도 좋습니다.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신나니까요. 하하하ㅎ하하하하하ㅏ하ㅎ (악마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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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작년에 했던 가장 큰 삽질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할 리 없기에... 기념으로;;;;
어느날 2008년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인 Agricola가 정식 한글판으로 발매되었다.
뭐 당연히 나는 그런거 몰랐다.. 심술씨가 이거 사러가는 데 따라가기 전까지는..
컴포넌트도 엄청 다양하고 많다.
아그리콜라 룰을 익히려고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검색하러 다니던 어느날
다이브다이스에 올라온 선구자 킨님의 트레이 제작기를 본 게 화근이었다..
http://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opi&mode=view&n=3926&p=198&q=4006
'그동안 같이 즐기자고 이것저것 열심히 알려준 남자친구에게 작은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만들어볼까?'
무식이 용감이라고,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 상상을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들어서 팔 생각은 없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킨님이 "두 번은 못할 노가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는데
이거 완성되던 날 밤, 나도 그 말을 백 번 쯤 되뇌였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쓸 목적이었다면 이런 짓 절대 안했을 거다.
작은 고마움의 표시가 아니라 생명의 은인이라도 이런 건 다시는 못 만들어준다.
아무튼.. 하드보드지 대신에 지물포 상가를 뒤져서 포맥스를 구입하고
록타이트부터 목공본드, 딱풀, 일반본드까지 문구점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접착제를 다 사왔다.
(내 손으로 뭘 만들어봤어야 알지... ㅠㅠ)
그리고 설계도를 따라 재단해서 밤마다 조금씩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포맥스는 록타이트로 붙이는 게 정석이라는 걸 겨우 깨닫게 되었을 뿐이고... ㅠㅠ
자잘한 컴포넌트가 들어가는 부분은 너무 깊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완충재를 잘라넣었다.
접착면의 내구도가 너무 약할까봐 포맥스를 조각칼로 조금 파냈다. -ㅅ-
드디어 트레이의 뼈대를 완성한 순간.
들떠서 사진까지 찍었지만 이 때는 몰랐다.
뼈대 만드는 게 그냥 커피라면, 마감재 바르는 건 티오피라는 것을..
킨님 말씀대로 머메이드지를 잘라서 일일이 본드로 붙였는데, 겉면만 대충 붙이고 집어치웠다.
그리곤 엄두가 나지 않아 몇 주 동안 그냥 방치해두었다가.. 어느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
머메이드지를 뼈대의 두께에 딱 맞게 접어지도록 칼등으로 그어서 각을 잡아준 후...
하나씩 하나씩 붙여서 결국 이렇게 완성했다.
카드를 넣는 부분은 킨님의 팁대로 맨 아랫단의 카드를 꺼내기 쉽도록 받침대를 넣었는데
학생 때 쓰던 얇은 파일 홀더를 잘라서 만들었다.
마감재를 하루에 몇 조각씩 붙여나가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욕망을 108번 정도 참았다.
이 작업 중간에 심술씨하고 심각하게 다투고 연락 안한 적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나는 방구석에 던져둔 미완의 트레이를 쳐다보며
'여기까지 왔는데 저건 완성해서 건네주고 헤어져야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농담같지만 진짜 그랬다;;;
완성된 트레이는 아그리콜라 상자에 딱 맞게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컴포넌트를 정리해서 넣어봤다. 뿌듯함이 밀려오는 순간 ㅠㅠ
트레이를 만들고 나니 게임 스피드도 빨라지고 좋은데
정작 멤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몇 번밖에 못 돌려봤다. ㅠㅠ
이 게임은 귀여운 게임판과 컴포넌트들에 비해 상당히 심각하게 전개되며, 서로 자원을 가로채는 눈치싸움과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돌아오는 수확기에 식솔들을 굶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뒤섞여, 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어들의 웃음과 대화는 사라지고 한숨과 눈물만이 교차한다. 확장덱의 경우 랜덤하게 분배되는 카드운에 따라서 농부의 운명이 심하게 좌지우지되어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재료 : 포맥스 100x100cm 한 장, 머메이드지(2절지) 한 장, 본드 두 통, 순간접착제
(포맥스는 지물포에서 구할 수 있으나 하드보드지 추천. 머메이드지는 화방에서 판매)
제작기간 : 제대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만들면 5일 안에 완성할듯.
배우자나 연인, 친구에게 선물할 요량이라면 제작 기간 중 정말 사이좋게 지내기를 적극 추천.
P.S. 1
이거 몇 달만에 완성했더니 다이브다이스 쇼핑몰에 아그리콜라용 플라스틱 트레이가 입고되었을 뿐이고..

P.S. 2
보드게임에 너무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닌가? 이런식으로 히키코모리가 되는걸까? 약간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인터넷의 바다에서 엄청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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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더 날아가기 전에 짤막한 리뷰.
★★★★ 예스 맨 (Yes Man)
http://www.imdb.com/title/tt1068680/
오랜만에 유쾌한 짐캐리표 영화를 볼까 해서 택했던 예스맨. 과장과 절제의 경계에 대한 짐캐리의 관록이 더 깊어졌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엉뚱한 전개로 끌어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아서 재미있게 봤다.
키워드 : 청주 날씨는 어때요?
★★★★★ 비카인드 리와인드 (Be Kind Rewind)
http://www.imdb.com/title/tt0799934/
별 생각 없이 남자친구가 보자고 해서 봤는데 2009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던 비카인드 리와인드. 제목이 이런 경우엔 국내 개봉할 때 [되감아서 반납하세요] 식으로 번역하는 게 훨씬 좋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MIB와 라이온킹에서 빵빵 터졌음. 유쾌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보기 드문 명작.
키워드 : 잭블랙, 루즈한 슬럼가, 어번 재즈, Made in Sweden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http://www.imdb.com/title/tt0468569/
무슨 말이 필요할까? 09년 영화계를 제패한 영화는 단연 다크나이트와 아바타인 듯.
무엇보다 90년대 배트맨을 맨 처음 보았을 때, 잭 니콜슨의 조커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이후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번진 화장을 손등으로 쓰윽 닦으며 말끝마다 입맛을 쩝쩝 다시던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저 감탄, 또 감탄이었다. 아이맥스 영화관에 가서 다시 한 번 봤는데 두 번째 볼 때엔 나도 모르게 조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더욱 재미있었다. 히스레저의 출연작은 단 세 편밖에 못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망이 영화계에 얼마나 큰 손실인지 마음으로 와닿았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키워드 : Why so serious?
★★★ 체인질링 (Changeling)
http://www.imdb.com/title/tt0824747/
1920년대, LA의 무능한 경찰과 검찰에 의해 억울한 일을 겪은 노동자 계층 여인에 대한 영화.
자칫 신파극이 되기 쉬운 소재였으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답게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극적 긴장감을 조금 더 살리거나 아니면 차라리 한 발짝 더 떨어져서 다큐멘터리적으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서 별 네 개 주려다가 하나 깎았다. 안젤리나 졸리는 포탈사이트 연예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도 괜찮은 배우 중 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영화.
키워드 : 체인질링은 한밤중에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전설의 유령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http://www.imdb.com/title/tt0421715/
난 핏츠제럴드의 팬은 아니지만 소위 'Jazz Age' 를 좋아하는 편이다. 둥근 헤드라이트가 달린 반짝반짝한 포드, 신사들의 독설, 패티코트는 벗지 못하면서 누구나 현대여성을 자처하는 속물같은 여자들, 대중적인 클래식과 재즈의 조화. 슬픔과 해학을 적절히 뒤섞어서 원작을 100보쯤 넘어서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키워드 : 놀라운 특수분장을 넘어서 CG로 만들어낸 '거꾸로 가는 시간'
★★★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http://www.imdb.com/title/tt1010048/
감독이 대니보일이라서 너무 기대했던 건지, 아무튼 기대엔 조금 못 미쳤던 슬럼독 밀리어네어. 충분히 이보다 더 재미있게 각색해서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역들의 빛나는 연기를 받쳐주지 못하는 다소 식상하고 늘어지는 전개에 아쉬운 감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상을 몰아준 걸 보면 아카데미상의 오리엔탈리즘은 여전한 듯. 그래도 괜찮은 영화임엔 분명하다.
키워드 : 이거 다 사기야
★★★★★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http://www.imdb.com/title/tt0887883/
개인적으로 09년도 Best5 안에 드는 최고의 첩보영화 번애프터리딩. 이것도 비카인드리와인드와 마찬가지로 제목 번역 좀 해서 개봉하지. 이런 암호같은 영어표기로 개봉해놓고 흥행하길 바란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함. 난 '이 배우가 출연하면 앞뒤 안가리고 무조건 본다'고 할만한 배우가 세 명 있는데 1.Brad Pitt (시나리오 고르는 안목이 탁월하고 연기력 받쳐줌) 2.George Clooney (일단 눈이 즐겁고.. 기타등등) 3.Johnny Depp (닥치고 경배합니다...) 이 중에서 두 명이 함께 출연한데다 존말코비치님까지 합세하셨고 감독은 코엔형제이니 기대 만땅이었는데 그 기대마저 넘어서는 미친 영화였다. 별 만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미친 각본, 미친 연기.
키워드 : Jesus Fucking Christ!
★★★ 엑스맨 탄생: 울버린 (X-Men Origins: Wolverine)
http://www.imdb.com/title/tt0458525/
작년에 뒷북으로 본 엑스맨 시리즈가 의외로 괜찮아서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봤던 영화. 중반의 긴장감이 좀 떨어졌지만 후반부는 다행히 재미있었다. 휴잭맨이 인터뷰에서 "최고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최고의 영화라고 자부한다"는 말을 했는데, 최고의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성의껏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원조 엑스맨 팬이 아니어서 잘 된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은 내릴 수 없지만 사전지식이 얕은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오락영화였음
키워드 : 아파요 너무 아파요
★★★★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http://www.imdb.com/title/tt1205489/
클린트이스트우드의, 클린트이스트우드에 의한, 클린트이스트우드 팬들을 위한 영화. 난 딱 꼬집어 그의 팬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참 좋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주제를 가지고 미국적 색채를 두텁게 칠하면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고 밀리언달러베이비만큼 어둡지 않으면서 특유의 여운은 살려둔, 재미도 있고 가슴도 묵직해지는 좋은 영화였다. 감독으로서의 클린트이스트우드는 이제부터 전성기일 거라고 기대해 본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키워드 : old man's garrage
★★★★ 스타 트렉: 더 비기닝 (Star Trek)
http://www.imdb.com/title/tt0796366/
본격 여름 시즌에 들어서면서 블럭버스터들이 줄줄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나는 스타트렉 TV시리즈를 별로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믿고 봤다. 이런 류의 영화는 대개 보기도 전에 스펙터클한 액션씬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비주얼 이펙트와 작품의 서사성 사이에서 편향성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두 가지 다 잘 해냈고 인물의 내적 갈등이 주요 갈등 요소 중 하나였던 점도 마음에 들었다. 후편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계속 괜찮은 시리즈물이 될 듯.
키워드 : 나는 누구? 여긴 어디?
★★★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http://www.imdb.com/title/tt0808151/
댄 브라운의 소설이란 것 자체가 콕 찝어서 '헐리웃 영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의 소설은 차라리 영화 각본으로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봤다. 만약 원작 소설을 읽었다면 이 영화는 절대 보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관람한 결과, 다빈치코드보다 훨씬 나았음. 댄 브라운은 엄청 훌륭한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헐리웃 극작가라고 생각한다면 괜찮다. 단, 그의 소설은 앞으로도 읽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키워드 : 수영을 잘하는 몸 좋은 대학교수, 운전을 잘하는 여자, 비리로 얼룩진 바티칸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http://www.imdb.com/title/tt0438488/
솔직히 말하자면 아메리칸 싸이코와 다크나이트의 성공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팬이 되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봤으나 안타깝게도 인물의 매력이 부각되는 영화는 아니었다. 터미네이터 1,2편이 내용 면에서나 시각적인 면에서 주었던 강렬한 임팩트를 생각하면 이 영화는 별 세 개로 만족해야 함.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가져다주는 섬뜩한 무언가를 기대했으나 론 하워드 감독은 이런 면에선 너무 소프트한 것 같다. 나름 재미있었는데 워낙 기대가 커서 실망했던 건지도..
키워드 : 인간, 로봇, 전쟁. 끝.
★★★ 펠햄 123 (The Taking Of Pelham 1 2 3)
http://www.imdb.com/title/tt1111422/
이맘때 수많은 호러영화들이 극장가를 수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의 만남은 주저없이 이 영화를 택하게 했다. 지하철 납치 사건 속에서 손에 땀을 쥐는 스펙터클 액션이 아닌, 테러범과 지하철공사 직원의 내외적 갈등을 묘사했다.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괜찮은 영화였지만 소재가 지하철 테러임을 감안하면 안타깝게도 좀 건조했다. 이 역할을 위해 일부러 살도 많이 찌웠다는 덴젤 워싱턴의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키워드 : 우유 사와, 너무 큰 거 말고.
★★★ 블룸 형제 사기단 (The Brothers Bloom)
http://www.imdb.com/title/tt0844286/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좀 어정쩡하다는 것과 중반 이후 진행이 좀 늘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재미있는 영화였다. 초반 두 형제의 히스토리와 현란한 사기행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에 비해 후반이 다소 늘어지는 신파로 흘렀는데, 특히 충무로판 영화에서 많이도 써먹었던 先코믹後신파는 개인적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전반적인 의상, 미술, 세트구성 등 비주얼적인 측면은 훌륭했다. 개인적으로는 슬럼독밀리어네어와 함께 '안타까운 별 세 개짜리 영화' 중 한 편이 되었다. 생뚱맞은 일본 여자가 안 나왔다면 별 네 개짜리 영화인데..
키워드 : 형님이 의외로 연기파
★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http://www.imdb.com/title/tt1055369/
PIXAR가 [토이 스토리]의 성공으로 고무되어 아무런 스토리도 새로운 캐릭터도 없이 무작정 [토이 스토리2]를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바로 [트랜스포머:패자의역습]처럼 별 한 개를 받고 다음 3D애니메이션은 제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스토리 따위 기대 안했지만 그래도 너무 심했다. 심지어 볼거리도 없었음. 1편의 재탕.
키워드 : 2시간짜리 로봇장난감 광고. 블럭버스터 마니아인 나도 진짜로 졸았다.
★★★★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G.I.Joe: The Rise Of Cobra)
http://www.imdb.com/title/tt1046173/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으로 인한 블럭버스터기피증으로 인해 약간 망설였지만 이거 의외로 괜찮았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까 너무나 궁금해서 손에 땀이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오장육부가 쫄깃해지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지만 일단 '여름용 액션블럭버스터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후반부 body equipment를 입고 거리 추격전을 벌이던 씬은 액션블럭버스터의 존재 이유인 롤러코스터를 탑승하는 듯한 짜릿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뵨사마의 숨겨진 스토리가 후편에 나온다는데 무척 기대된다.
키워드 : 오빠 나쁜 사람 아니야
★★★ 코코샤넬 (Coco Avant Chanel)
http://www.imdb.com/title/tt1035736/
깜찍하기만 한 줄 알았던 오드리 토투의 변화된 모습과 성숙해진 연기도 볼만했고 특히 그동안 몰랐던 코코 샤넬의 개인적인 인생사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본 느낌이었다. 여기에서 그려진 샤넬은 대학 교양수업 때 주워들었던 '여성혁명가'가 아니라, 먹고 살기위해 고군분투한 재능 많고 부지런한 여성노동자였다. 블랙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간 장면은 샤넬이 왜 샤넬인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샤넬이 만들어낸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옷과 가방, 모자가 아직까지도 전 지구의 대도시 여성들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걸 보면 19세기 이후 인류의 삶에 히틀러만큼이나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여성 디자이너 샤넬의 '일생의 연인'이자 개인 부띠끄 개업 자금을 대어준 사람이 유부남 영국신사였다니 프랑스 사람들은 자존심 좀 상했을 듯. 샤넬은 대단한 인물이지만 영화는 평범했으므로 별 세 개.
키워드 : 코코는 개 이름
★★★★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http://www.imdb.com/title/tt1152836/
올해 본 네 번째 재즈에이지 영화. 일단 조니뎁+크리스찬베일의 조합에다 작년에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던 [아메리칸 갱스터]처럼 '실존했던 강도 이야기'라는 매력이 더해져서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조니뎁이 출연한 액션물은 처음 봤는데 역시 뭘해도 뎁사마였다. 멜로 라인도 적절했고 시대적 분위기의 재구성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측면에서 매력적인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Bye Bye Blackbird가 어둡고 차가운 슬픔이 아닌 애잔함으로 들려와서 긴 여운으로 남았다.
키워드 : 그녀에게 전해주오
★★★★ 9: 나인 (9)
http://www.imdb.com/title/tt0472033/
팀버튼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하지만 무겁고 슬픈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그렇지만 그건 내 취향 문제이고 이런 상상력, 이런 캐릭터디자인, 이런 배경, 이런 그래픽이라니.. 최고였다. 09년 9월 9일에 개봉하는 센스까지. 똑같이 인간과 기계의 싸움을 소재로 한 터미네이터보다 오십 배 훌륭했다.
키워드 : 휴머니즘
★★★★ 디스트릭트9 (District 9)
http://www.imdb.com/title/tt1136608/
이것도 오래전부터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국내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져서 머리 뚜껑이 열리고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할 때쯤 겨우 볼 수 있었다. [9:나인]처럼 이것도 대단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겨놓았는데 차이가 있다면 대단히 현실감 있게 옮겨놨다는 점이다. 피터잭슨 감독은 서사적 상상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영화 기법을 활용하는 면에 있어서도 얄미울 정도로 영리한 것 같다.
키워드 :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대 나를 잊을까
★★★★ 2012 (2012)
http://www.imdb.com/title/tt1190080/
지금 보니까 IMDB 평점이 매우 낮아서 놀랐는데, 나는 이 영화 재미있게 봤다. 일단 스케일 자체가 지구를 통째로 씹어먹는 수준인데다 그 과정을 말도 안되게 자세한 CG로 보여주는데 재난영화에 그 이상의 무엇을 더 바래야 하나. 뭐가 끼었네 안 끼었네 말도 안되는 씨름을 하는 장면을 억지로 집어넣어 존쿠삭을 굳이 '히어로'를 만들려고 발버둥친 것만 빼면 매우 훌륭한 재난영화라고 본다. 이걸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나와 남자친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이건 마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지난 50년간 유명했던 헐리웃 재난영화를 다 모아서 체크리스트 보면서 만든 영화같아. 우리가 아는 모든 재난영화를 다 합쳐서 원작보다 10배쯤 강렬한 영상으로 만들어낸 종합선물세트라고나 할까. 아, 타워링의 화재장면이 빠졌네.'
키워드 : 유치하다 놀리지 말아요
★★★★ 파르나서스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http://www.imdb.com/title/tt1054606/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몬티파이튼] 시리즈의 각본을 써온 테리 길리엄이 감독을 맡은 작품이자 히스레저의 유작.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상시키듯 시대에 맞지 않는 덜그럭대는 커다란 마차에서 일어나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히스레저가 이 영화에 출연하던 도중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원래 영화의 설정 자체가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이 아닌 상상극장 속의 토니는 조니뎁, 주드로, 콜린파렐이라는, 도무지 영화 한 편에서 한꺼번에 만나보기 힘들 것 같은 세 명의 톱스타가 대신했다. 아름답고 슬프고 웃기면서 기괴한, 우리들 마음에 대한 이야기. 마차가 삐걱대며 움직이는 장면만으로도 난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키워드 : 누구도 믿지 마세요
★★★★★ 아바타 (Avatar)
http://www.imdb.com/title/tt0499549/
20여년 전, [어비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꼬꼬마에게 그때보다 더 큰 영상 충격을 준 아바타. 하도 재밌다고 소문이 나서 3D 아이맥스로 예매 후 무려 열흘을 기다린 끝에 봤는데, 역시 제임스카메룬이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시고니 위버와 함께 작업한 것도 좋았고 영상과 스토리, 주제와 연출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으니, 개인적으로 2009년은 다크나이트로 시작해서 아바타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키워드 : 역시 좋은 차로 바꿔타면 계집들 눈이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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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거짓말처럼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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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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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사용후기 #2. 하늘엔 위성, 땅에는 로드뷰
- iPhone
- 2009. 12. 19. 04:36
아이폰에는 나같은 길치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 내장되어있으니, 바로 GPS와 나침반이다.
사실 내가 아이폰 3GS를 꼭 갖고싶어했던 이유가 바로 GPS였다. 하지만 나침반은 무슨 소용이람? 동서남북 좌표 보며 걸을 것도 아닌데.. 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GPS는 내가 있는 위치를 표시해주고 나침반은 내가 아이폰을 들고있는 각도와 방향을 측정하여 나에게 갈 길을 제시하니, 이것이 구글, 네이버, 다음에서 제공하는 위성맵과 로드뷰와 합쳐지면서 미드 24 따위에서나 보던 첨단장비가 되어 생전 처음 가보는 곳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준다. ㅠ_ㅠ
↑ 다음맵은 자동차 네비게이션처럼 실시간 교통상황도 알려준다.
(토요일 새벽 4시 반, 홍대앞은 지옥에헬임을 알 수 있다;;)
갑자기 순대국이 먹고 싶을 땐...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곳을 하나 찍은 뒤..
어떤 맵이든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의 도보, 자동차, 대중교통편 경로탐색은 기본이고, 원하는 지역으로 지도를 당긴 후 검색어를 넣으면 해당 맵 상에 있는 검색결과를 표시해주는데, 표시된 아이콘을 터치해주면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가 떠서 곧바로 전화번호부에 저장하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 나같은 초특급 길치들에겐 로드뷰도 유용하다.
실제 사용예를 살펴보면..
화창한 주말에 남자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일산에 맛있는 닭칼국수집이 있다던데.. 라며 먹으러 가보자고 제안했다.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맛있는 식당 정보를 발견하면 휴대폰을 열고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를 입력해놓고 '나중에 가봐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남자친구는 안타깝게도 닭칼국수집 주소를 적은 쪽지를 책상에 두고 나왔다. 나는 집에 있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네이버 검색을 부탁해서 상호를 알아낸 후 차에 있는 네비게이션에 상호 검색을 해서 길을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에 등록된 유명한 집이면 다행이지만 사실 네비게이션에 등록된 데이터베이스라는 게 위성맵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데이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고, 나는 게을러서 네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못 찾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아이폰을 손에 쥔 후, 우리는 길 한복판에서도 네이버와 구글에 접속해서 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후, 아이폰에 설치된 위성맵에 상호를 검색한다. 검색결과를 터치만 하면 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이 전화를 걸거나 경로탐색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식사를 끝낸 후 디저트로 허니딥초코 먼치킨이 먹고싶었던 나는 가까운 던킨도넛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아이폰을 손에 들고 걸어가면서 "아 이 오른편 옆건물이네" 하는 수준의 자세한 위치정보를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만나서 뭔가가 먹고싶거나 오락거리가 필요할 땐 두말없이 아이폰을 꺼내서 각자 검색을 하며 "누가 빨리 찾나 내기하기!"를 외치고 있다.
영화를 보고싶을 땐 CGV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서 가까운 상영관의 시간표도 볼 수 있는데 유료 어플이라서 안 깔았다. 공짜라도 깔아줄까 말까한데 웬 유료..? -_-;;
어쨌든 위성맵에는 포털사이트 지역정보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가게들에다가 심지어 여름에 놀러갔던 민박집까지 검색되었으니 지도 + GPS + 나침반 + 교통상황정보의 조합은 나의 삶을 확실히 더 편하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고급 데이터베이스가 구글과 네이버와 Daum 덕택에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길 잃은 어린 양들은 더 이상 하늘의 말씀에 귀기울이지 말고 GPS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구해라. 당장. 롸잇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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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사용후기 #1. UI와 멀티미디어
- iPhone
- 2009. 12. 19. 02:44
아이폰을 손에 쥔 지 18일이 지났다.
여태까지 뭔가 신제품을 사용해본 후기를 써본 적은 없었는데 아이폰은 지난 십수 년 전부터 "앞으로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많은 기업가와 개인들이 예견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인지 나는 대략 흥분 상태였고 지금도 그렇다.
SKT 유저였던 나는 사실 그전엔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써본 적이 없다.
기술발전엔 둔감한 대신에 시각적 UI에는 왠지 민감해서 싸이월드도 안하는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닥치고 '네이트'라는 후진 인터페이스를 접해야 하는게 무엇보다 싫었고 느린 반응속도와 터무니없이 비싼 데이터요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꾸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네이트 버튼'을 잠궈두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이폰 사용후기라기보다는 wif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뒤늦게 사용해본 덜떨어진 자의 소감문이 되겠다.
다양한 스마트폰들 중에서도 아이폰이 가진 장점은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입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뛰어난 터치감, 빠른 반응속도로 압축된다고들 한다.
이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얼리어답터들이 분석한 글들이 많이 있으니 나는 '디지털 세대의 발끝을 따라가기에도 바쁜' 평범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아이폰의 어플들이 생활속에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서 경험담을 써볼까 한다.
우선, 내가 가지고 다니던 휴대기기들은 휴대폰(SCH-w270 일명 고아라폰. 3G폰이어서 영상통화가 지원되지만 무시무시한 통화요금때문에 걸려오는 영상전화만 딱 두 번 받아봤다. 19개월동안 딱 두 번이다.) 그리고 아이팟나노, 닌텐도DS, 거기에 맥북도 가끔 들고다녔다. (겁나게 무겁다. 정말이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사진을 편집하거나 인터넷을 쓰려면 어쩔 수 없다.)
아이폰을 손에 쥔 후로는 딱 하나다. 아이폰과 USB케이블.
# 유저 인터페이스
언급할 필요도 없이 깔끔하고 편리하다. 매뉴얼도 필요 없다. 100% 직관에 의존해서 쓰면 되고
여러가지 설정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다. 이보다 훨씬 덜떨어진 기능을 가졌던 기존의 휴대폰도 가끔은 '아.. 수신거부 목록은 어디서 찾더라' 하면서 한참 뒤적뒤적 거리곤 했던 걸 생각하면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는 놀라울 정도로 편리하다. 나는 기기를 받자마자 Jailbreak를 했기 때문에 바탕화면 테마 외에도 기본 인터페이스까지 입맛대로 다 바꿀 수 있었다.
↑ 기본 테마에 categorizer로 폴더만 몇 개 만들어둔 상태
↑ 내 아이폰 케이스 컬러에 맞게 바탕화면 테마와 배터리 아이콘 색깔을 바꾼 것 외에도
SHOW글자 대신 내 이름을 써넣고 SFTP로 아이폰에 접속하여
몇 가지 아이콘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었다.
사파리 아이콘 대신 내게 더 익숙한 파이어폭스 아이콘을 넣었다.
키패드도 유치뽕짝 핑크색으로 바꿔주었다.
# 멀티미디어
아이폰에 대략 1200곡의 mp3와 좋아하는 미드 두 가지를 집어넣었다. mp3는 아이튠즈로 바로 넣는 게 가능하지만 동영상은 다른 휴대기기와 마찬가지로 인코딩을 해서 넣어야 한다. 다음팟인코더 하나면 충분하다. 그런데 인코딩은 오래걸린다. 겁나게 오래 걸린다. 총 100편쯤 되는 미드를 한꺼번에 인코딩하기 위해 밤새 PC를 켜두어야 했다.
하지만 YouTube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MxTube라는 어플을 이용하면 YouTube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폰에 저장해놓고 아무때나 꺼내볼 수 있기 때문에 나처럼 미드를 시리즈별로 굳이 넣어가지고 다니고 볼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인코딩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수많은 동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도 가지고 다니면서 미드를 보는 일은 별로 없고 짬짬이 MxTube에서 다운받은 라이브콘서트 영상 같은 걸 더 많이 본다.
어느 고마운 분이 만들어서 배포해주신 Tag Guru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튠즈에서 곧바로 가사도 자동으로 입력된다. 아이폰의 장점 중 또 한 가지는 '아이튠즈' 하나만 깔면 다 해결된다는 점인데, 예전에 쓰던 애니콜에 저장되어있던 사진을 PC로 옮기기 위해선 각 모델에 맞는 USB드라이버와 '애니콜 PC매니저'라는, 참으로 엿같이 헤비하면서 연결도 잘 안되는 프로그램 때문에 번번히 짜증났던 걸 생각하면 ... 아...
물론 하나의 아이폰은 단 하나의 아이튠즈하고만 동기화된다는 점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음악과 동영상의 경우에 한하고, 아이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외장메모리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편리한 점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전화가 오면 이어폰에 달린 버튼을 눌러서 바로 전화통화를 하고 통화가 끝나면 음악이 바로 다시 재생된다는 점이다. 전에는 휴대폰에 mp3를 넣어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mp3를 지원하던 초창기 SKY단말기로 그런 헛짓을 해봤지만 몇 번 해보다보니 멜론도 쓰기싫고 억지로 dcf 변환해서 넣어야하는 삽질도 하기 싫어서 그냥 맘편히 아이팟을 가지고다녔음) 이어폰을 끼고있을땐 전화를 잘 받지 못했던 나에게는 이것도 작지만 큰 변화이다.
멀티미디어와 관련해서는 음악과 동영상을 단순히 즐기는 것 외에도 국내 모든 노래방 책이 수록되어있다는 [노래방] 어플리케이션이라든지, 마이크에 대고 노래제목을 말하거나 잘 모르는 노래의 한 소절을 흥얼거리면 노래 제목과 아티스트의 정보 등을 검색해주는 SoundHound 같은 기발한 어플리케이션도 있고 라디오를 모아서 청취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전세계 방송사의 실시간 인터넷방송을 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손으로 직접 코드를 잡고 기타를 치거나 마이크에 대고 오카리나를 불거나 터치스크린으로 피아노를 치는 어플도 있으니 단지 듣고 보고 즐기는 데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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